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출연한 ‘알슬별잡’을 봤다. 흥미로운 질문이 오갔는데, 그 중에서도 심채경 천문학자의 질문이 날카롭고 아름다웠다. 그가 궁금해서 책을 읽었다.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국내에서 몇 안 되는 달을 연구하는 일을 하다니 하늘을 바라보는 직업이란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해관계도 갈등도, KPI 같은 단기적인 목표도 부담도 없어 보였다.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천문학자라는 희귀한 직업에 대한 고충과 박사라는 제목 뒤에 여성이자 어머니이자 비정규직자로서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음을 그는 담담하게 풀어냈다.그래도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늘과 우주와 별을 오래 관찰하는 것을, 데이터를 분석하는 힘든 일을. 그런 사람들이 좋았어.남들이 볼 때 저게 대체 뭘까 하는 생각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현재 국내에는 천문학 전공자가 많지 않고 인프라도 투자도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용어조차 서양식이어서 논문도 한국어로 쓰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서양 천문학은 개인 주도였지만 우리는 예로부터 국가가 주도했기 때문에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천문 관측 기록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이다. 케플러와 유사한 기록도 있고 오로라 관측 기록은 무려 700건이 넘는다고.지폐 뒤에 천문학 기기가 새겨질 정도로 과거에는 기록도 장비도 중요시했지만 지금은 연구자도 많지 않고 국가적, 사회적 관심도 부족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1만원권을 살펴보면 과연 2개의 천체관측기구가 그려져 있다.전 세계 고인돌의 대다수가 한반도에 있으며 흔히 별의 위치와 밝기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별을 사랑했다는 것 아니냐는 저자의 말에 동감했다.보이저 호수에서 보는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지만 달에서 보는 지구는 우리가 보는 달보다 4배나 크고 오르골처럼 천천히 도는 푸른 유리구슬 같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신비로운 하늘을 상상해 본다. 인류는 언제부터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을까?저자의 질문에 우리는 언제부터 별을 잃었고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는지 생각했다. 여전히 우리 곁에 별을 관찰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그들은 인류를 대신해 우주를 탐험하며 별의 움직임을 쫓고 있다.책 제목은 천문학자들도 별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과 ‘별것 아닌 천문학자’라는 중의적 의미로 쓴 것 같은데, 그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 책은 한없이 팽창하는 또 다른 우주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심채경 출판문학동네 발매 2021년 02월 22일.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심채경 출판문학동네 발매 2021년 02월 22일.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심채경 출판문학동네 발매 2021년 02월 22일.이 책을 읽고 그동안 궁금했지만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는 못했던 명왕성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명왕성은 왜 태양계에서 퇴출되었을까?명왕성 근처에서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가 다수 발견돼 자격이 모호해졌다.2006년 ‘태양계 천체 중 궤도를 독점하면 행성, 이웃이 있으면 왜소행성’이라는 기준을 마련했다.이에 따라 명왕성은 왜소행성이 되고 왜소행성은 숫자로 명명하되 이름이 있을 경우 나중에 붙인다.그래서 명왕성의 공식 명칭은 134340명왕성이 되었다.즉 명왕성 퇴출은 천문학이 발전한 이유다. 책 속의 밑줄힘들 때는 “왜 그때 더 잘 못했나”와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는데 그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인생의 다른 면을 보살피고 있었잖아요.70p한가지 문제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혐의, 그 답을 구하려고 노력하고 답을 찾은 뒤도 과연 답이 하나 뿐인지, 또 다른 측면에서의 답은 없는지 계속 의심하는 것, 그것이 과학자가 할 일이다 해야 할 일이다.95p보이저는 창백한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에.보이저는 수명이 끝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에서 묵묵한다.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그래, 어른이 된다.156p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달의 위상 변화”는 북반구 전용이다.(…)우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가 규정한 것이다.하늘의 달도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달리 보이는 것 아닌가. 183p